잡담

대한민국 넷페미사 1 - 총체적 난국의 시작

Rafe 2019. 6. 16. 20:00

 얼마전에 뇌종양 수술을 받았다. 정말 위험한 수술이었고 약간의 후유증은 남았지만 큰 후유증은 남지 않았다. 입원한동안 정말 힘들었다. 몸은 생각대로 잘 움직여주지 않았고 입원생활은 너무 심심했다. 환상을 보고 망상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 와중에 정말 힘이 되어준 책이 바로 이 '대한민국 넷페미사'였다.

 

 나는 전부터 페미니스트들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인터넷상에서도 토론(키배)를 하다보면 도저히 얘기가 통하지 않았고 돌아오는 말은 조롱, 인신공격, 공부좀 해라였다. 전에 지나가듯 한번 보았던 넷페미사가 리디 셀렉트에 있길래 입원생활이 심심하기도 했고 공부해보라길래 다운받아서 보았다.

 

 책은 권김현영, 손희정, 박은하, 이민경 이렇게 네명의 페미니스트들이 돌아가면서 강연한것을 묶은 형식으로 돼있다. 일단 여성주의 연구활동가 권김현영의 90년대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의 본인이 페미니스트 활동을 하면서 겪은 이야기를 회고한다.

 

 메갈리아가 욕을 먹는게 굉장히 억울했나보다. 처음부터 메갈이 욕먹는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사람들은 대체 왜 이렇게 메갈리아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 걸까." - 대한민국 넷페미사

이 얘기는 여기까지만 하고 페미니스트는 예전부터 그런 취급을 받았다고 말을 이어간다. 사람들이 메갈에게 왜 욕을하는지 전혀 생각을 하지 않은거 같지만 이어지는 얘기에서 유추해볼수 있다. 여자가 실외에서 담배피우는게 불법이라는 허위사실로 집단시위를 했다고 본인들의 무식함을 자랑하는가하면 경찰앞에서 담배꽁초를 무단투기해놓고 함정수사라고 어거지 피우는 얘기가 이어진다. 그 외에도 본인이 했던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행위들을 자랑이라도 하듯 이야기를 한다. 정말 어이가 없지 않을수 없다. PC충이라는 말이 생길정도로 요즘엔 PC를 중요하게 여긴다. 나는 PC에 무조건적으로 동의하진 않지만 어느정도의 PC는 필요하다고 본다. 인종차별도 그렇고 성차별도 그렇다. '틀리다'와 '다르다'도 매우 예민하게 구분해서 사용한다. 애초에 성평등도 PC의 일부분이다. 성평등을 주장해야 할 사람이 반PC적인 행동을 자랑인양 떠벌리고 다닌것이다. 메갈이 왜 욕을 먹냐고 권김현영 본인이 얘기했다.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기때문에 욕을 먹는것이다. 일베도 정치적으로 올바르지않고 지역차별, 성차별적 발언을 일삼기 때문에 욕을 먹는것이다. 본인들이 한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못한 행동은 욕을 먹으면 안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이어지는 PC통신시절 페미니스트 이야기이다. 권김현영 본인은 PC통신이라는 사이버스페이스에서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며 검열에 반대한다고 이야기를 한다. 그 뒤 넥슨 메갈사태에 대한 이야기 후 (왜 사람들이 예스컷 운동을 했는지에 대해 얘기는 하지 않는다) 화냥년 아이디 사건을 거쳐 여성 전용 대화방을 만든것과 온라인 성폭력 지침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이런 규정을 만들자마자 바로 반박이 날아들지요.
너희도 검열에 찬성하는 게 아니냐고요.
그게 아니라 우리는 성별에 대한 이중 잣대에 반대하는 것이라고 답했지만,
이 맥락을 완전히 이해받지는 못한 듯합니다." - 대한민국 넷페미사

 이 문단은 이게 끝이다. 여기서 이 사람 (이 사람뿐만 아니라 대부분 페미니스트)의 문제점이 나온다. '우리는 무조건 옳다. 우리가 정한것, 우리의 생각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너희가 잘못됐다. 너희를 설득할 필요는 우리에게 없다.' 위 인용문에서 나온 성별에 대한 이중잣대란 '화냥년'이라는 아이디는 비하의 의미이므로 삭제당했고 '변강쇠', '정력왕'은 비하의 의미가 아니므로 삭제하지 않았다는 천리안의 정책에 대한 내용이다. 벙어리 장갑도 언어장애인을 비하하는 단어인 벙어리가 들어가 있으므로 손모아 장갑이라고 바꾸자는 말도 나오는 요즘보면 말도 안되는 어거지다. 추가로 묻고 싶은 것은 성별에 대한 이중잣대는 싫다, 검열은 싫다면서 왜 본인들은 여성만 가입시켜주는 커뮤니티를 만든것인가? 결국 본인들의 편의를 위해 성별의 잣대를 들이밀고 본인들이 검열을 한것 아닌가?

 

 그 뒤에도 비슷하게 말도안되는 억지가 가득하다. 전체적으로 보면 본인이 저지르는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행위는 웃고 넘어갈만한 또는 페미니스트의 자랑스럽고 용맹한 투쟁행위이지만 본인에게 향한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행위는 세상억울한, 세상에서 척결해야할 사악한 행위라는 논조이다.

 

 군가산점제에 대한 이야기도 한다. 이것에 대해선 할말이 많지만 앞으로도 할말이 많으므로 짧게 쓰겠다. 페미니스트들 사이에서 자주나오는 떡밥중 하나가 군가산점제이다. 군가산점제는 여성이 없앤게 아니라 군대를 못간 장애인이 헌법소원을 했다는 내용인데 애초에 사실이 그렇지 않다. 이화여대생 5명과 연세대 장애학생 1명이 헌법소원을 냈고 권김현영 이사람의 얘길 들어보면 페미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많았다고 한다. 잠시 얘기가 샜지만 다시 책의 내용으로 돌아가보자.

"1999년은 IMF 이후 재취업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여성 해고자들에다가
취직을 하지 못한 여성 구직자들이 넘쳐나던 시기입니다." - 대한민국 넷페미사

 여기서도 페미니스트들의 문제점이 나온다. 모든것을 여성에 한정해 생각한다. IMF때는 남녀를 떠나서 모두가 힘들었다.

출처: 한국여성노동자회 http://kwwnet.org/?mod=document&uid=176&page_id=4517

 위 표에서도 볼수있듯 IMF를 전후하여 실업은 남성가 더 많이하였다. 출처에서도 남성과 여성의 실업은 성격이 다르다는둥 여성은 남성과 다르게 구직을 포기해 비경제활동상태로 빠지게 된다는둥 말도안되는 소리를 하고있지만 애초에 해고됐다고 비경제활동상태로 갈 수 있는 선택지가 있는것 자체가 여자로써 가진 특권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다는 의미이다. 뭐 그 이야기는 차치하고서라도 비경제활동상태로 빠져서 여성 실업자수가 적게잡힌다고 하는데 그거에 대한 근거도 들지 않았을 뿐더러 델타로만 비교해봐도 97년 12월에서 1월로 사이 남성 실업자수는 10.3만명 증가할동안 여성 실업자수는 7.9만명 증가했고 98년 2월에서 3월로 될때는 남성 실업자수는 11.8만명 증가할동안 여성 실업자수는 2.4만명 증가했다. 물론 IMF로 인해 여성들도 실직당해서 힘들었겠지만 남성은 그것보다 몇배는 힘들었다는 것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998년 자살자는 남성 5531명, 여성 1914명으로 2.9배가 많았다. 페미니스트의 문제가 이것이다. 본인이 조금이라도 부당함을 느끼거나 힘들면 옆에 있는 사람은 죽어가던 말건 본인의 이상과 이익만을 바라보고 주장한다는 것이다. 군가산점은 남자여서 받는게 아니었다. 26개월 군복무에 대한 보상으로 공무원에 한해 주던 혜택이 아닌 보상이었다. 군가산점제도 없는 지금은 군복무에 대한 보상이 매년 날아오는 예비군 통지서라고 자조적으로 말한다. 그렇게 남성만 군가산점 받는게 아니꼽다면 군가산점 폐지가 아니라 성평등한 징병을 요구하지 않은 이유가 매우 궁금하다. 내 생각엔 군대는 가기 싫지만 군복무한 사람이 보상받아서 자신보다 우위에 서는게 싫었던거 같다.

"넌 지금 논리가 좀 부족하지만, 그래도 넌 남자니까 3점 줄게." - 대한민국 넷페미사

 군가산점 논쟁당시 페미니스트들이 남성들을 향해 조롱하는 말이었다고 한다. 역시나 군가산점을 군복무에 대한 보상이 아닌 남성이라서 받는것으로 혼동하고 있다. "넌 지금 논리가 좀 부족하지만, 26개월간 국가에 대한 (강요된) 헌신을 했으니 3점을 공무원 지원했을때에 한해서 줄게."라고 해야 올바른 표현이다. 요즘 성비율을 맞춘다고 여성가산점, 여성할당제를 시행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넌 실력이 좀 부족하지만, 그래도 넌 여자니까 3점 줄게."

 

 그 뒤에도 블로그는 자신들이 먼저 만들었지만 본인들은 서버유지가 힘들어서 망했고 거대자본인 네이버가 따라만들어서 성공해서 아이디어를 뺏긴거 같아 억울하다는 말도 하지만 압권은 이것이다.

"남성 유저들은 공격적이고 조롱조의 언어를 구사하며 끊임없이 자신을 과시하면서 잘난 척을 하는 반면
여성 유저들은 공감하는 말하기를 선호하고 서로 간에 합의를 추구한다는 거지요." - 대한민국 넷페미사

 수전 헤링이라는 사람의 말을 인용한것이지만 본인도 그렇게 생각하는것 같다. 바로 위에서 인용한 "넌 지금 논리가 좀 부족하지만, 그래도 넌 남자니까 3점 줄게."가 남성유저가 말한것인가보다.

 그리고 플레이밍에 여성들이 싫증나서 사이버공간이 남초화되었다는 이야기를 하며 여성들은 플레이밍을 싫어하고 플레이밍으로 사이버공간을 장악한 남성들에 대한 비판을 한다.

"15년이 지나서 그 문화에 적응한 여성 유저들이 메갈리아라는 이름으로 되돌아올 줄은 꿈에도 몰랐지만요.(웃음)" - 대한민국 넷페미사

 전형적인 내로남불, 뷔페미니즘이다. 본인들은 플레이밍이 싫어서 떠나거나 여성전용 커뮤니티를 만들었고 잘못되었다고 말하면서 자신들편인 메갈리아가 플레이밍을 하니 그건 또 긍정적으로 생각하나보다. 바로 직전에 본인이 인용했던 여성은 공감하고 서로간의 합의를 추구한다는 내용에 정면으로 대치되는 이야기인데 페미니스트들은 뇌성이라거나 성역할에 부정적인 입장이 아니었던가? 아니면 15년만에 수십, 수백, 수천만년간 습득된 남성, 여성으로써의 본능이 바뀌었다는 말인가?

 

 생각보다 글을 길게 썼다. 벌써 8시니 밥을 먹어야한다. 2장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에 쓰도록 하겠다. 사실 2장 내용이 트페미, 메갈리아, 워마드에 대한 이야기라 더 재미있다.

 

 끝으로 아무리 생각해도 답을 찾을 수 없던 예전부터 궁금한것을 이야기 하고싶다. 페미니즘이 여성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성평등을 위한것이라면 이름을 바꾸는게 어떨까? 페미니스트들은 언어에서부터 성차별이 묻어난다고 성을 두개쓰고 남성이 1번부터 시작한다고 성차별이라 주장하고 '도련님', '아가씨', '처남', '처제'는 불편해하면서 애초에 이름부터 '여성주의'인 페미니즘에 대해서는 왜 불편해하지 않는것일까?